k군+굉숙+단이+담히 2011. 6. 27. 22:52



어제 나가수를 잠시 보다가 뭐 살게 있어서 시장에 갔다. 그 시간에 시장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줄 몰랐다. 인터넷에 보면 전 국민이 '나는 가수다' 를 보고 한마디씩 거드는것 같아서 그 시간이 되면 모든 사람이 티비 앞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시간에 그 많은 사람이 사고, 팔고, 소리지르고, 웃고, 구경하고 있었다. 뭐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곳이 훨씬 재미있고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컵치킨을 파는 아줌마, 야채들을 길거리에 늘어놓고 열심히 장사중인 아저씨들은 옥주현이 일등을 하던 말던 관심없어 보였고 김범수가 누군지도 모를 뿐더러 알고 싶어하지도 않아 보였다. 그래서 더 대인배처럼 보였다..ㅎㅎ

우리 가족 블로그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참 알콩달콩 재미나게 산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다안이와 함께 지내다보면 웃을 일도 너무 많고 너무 예쁘고 너무 귀여워서 너무너무 행복하다. 경숙이 또한 아이를 낳고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 재밌어졌고 여전히 많이 예뻐서 너무 좋다..ㅎㅎ

놀러도 많이 다니려고 노력하고 맛있는것도 어떻게 먹어보려고 애쓰고 사진도 어떻게 잘 찍어볼까 고민하면서 멋진 블로그를 만들어볼려고 좀 애도 쓴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다가 아니라는건 뭐 누구나 알것이다. 오늘만해도 퇴근하자마자 경숙이 신경을 건드려서 한참 혼났다. 점점 무거워지는 다안이 때문에 경숙이는 무릎, 손목 통증을 호소한다.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밤에 깨지 않고 자는 날이 있다면 참 다행이다. 나 혼자 박봉의 직장에서 벌기 때문에 돈 걱정도 남들 못지 않게 하게 된다. 종일 다안이만 보느라 경숙이는 육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이 힘들다. 주말이나 여유시간의 중심은 다안이라서 영화 못본지가 2년이 다되가는것 같다.
다안이의 등장으로 더더욱 가족중심으로 생활하게 된 나는 관계에 대한 부족함을 조금씩 느끼면서 조금 힘들고 가족, 친지 없는 서울에서 몇년째 지내서 익숙해진것 같은 경숙이도 분명 깊은 외로움과 도움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비치는 행복한 생활은 그 모든걸 상쇄할 만큼 크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또 다른 항상 밝히지 못하는 일상들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그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것이 진짜다, 저것이 진짜다 라고 할 수는 없다. 나가수 본방을 사수하는 사람들과 시장의 활력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비교할 수 없듯이.

나가수의 중요 이슈들을 잘 몰라서 대화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점은 아니다. 싸이, 트위터, 페이스북 이런것 때문에 시몬이 말대로 위선 쪄는 일들이 넘쳐나는데 나도 그랬고 참 아쉽다. 이런 별거 아닌 도구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족(?)하고 위축된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냥 정말 단순하지만 사람들이 꼭 알고 넘어갔으면 하는것이 있다. 다 알지만 쉽게 속는 것들이기도 한데,
인터넷에서 보이는 행복한 모습들, 뭔가 많이 아는듯한 모습, 바른 사람으로 보이는 모습, 착하고 순진한 사람같아 보이는 것, 많이 가진듯이 보이는 것. 그런 것들이 내 경험으로 볼 때는 거의 믿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 할수도 있고 덜 할수도 있지만 그런걸 100%로 믿고 괜히 떨떠름해지는건 주말 저녁마다 멍하게 나가수 앞에 앉아있는거랑 크게 다를바가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참 뻔한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블로그를 보는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쓸데없는 오지랖이고, 나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거짓에 속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더 값지게 가꾸고 뭔가 창조적인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해서다. 물론 그 창조적인 활동조차 남들에게 삐죽 내밀어보이고 싶어서 하는거라면 그것마저도 뭐라하고 싶지는 않은건지 어떤건지 모르겠다.